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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我의 所願 은 考終命!
좋은 글

뭐가 그리 의기양양하시오

by 광솔 88 2021. 1. 19.

 

인간의 신체기관 가운데 가장 겸손한 기관이 있다면 무릎일 것이다.

무릎이 있기에 우리는 아이의 눈높이로 자세를 낮출 수 있고,

타인에게 무릎을 꿇어 용서를 구할 수 있다.

 

반면 가장 교만한 신체기관을 든다면 아마 눈일 것이다.

눈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에게 눈을 내리깔고 보는 거만한 행동도

눈의 위치와 무관치 않을 터이다.

 

교만의 교(驕)는 말 마(馬)와 높을 교(喬)로 이뤄져 있다.

말은 권력은 상징한다.

말 잔등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세상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는 태도가 바로 교만이다.

재산이나 지식이 많거나 지위가 높으면

자연히 목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말을 타고 권세를 휘두르면서 교만하지 않기란 정말 어렵다.

그런 교만을 눌러 꽃다운 이름을 후세에 남긴 인물이

중국 제나라의 재상 안자이다.

그는 늘 검소하고 겸손해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훗날 역사가 사마천이

“지금 안자가 살아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마부는 겸손과 영 거리가 멀었던 모양이다.

 

안자가 수레를 타고 외출했을 때였다.

재상의 마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이 경외의 눈빛으로 예를 표했다.

마부는 마치 자기가 위대해진 듯 착각해 으스대며 마차를 몰았다.

마침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날 저녁 아내는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대뜸 이혼하자고 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남편이 까닭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모시는 재상께서는 늘 몸을 낮추고 계십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의 마부 노릇을 하면서 무엇이 그리 의기양양하시오.”

그 뒤로 마부는 자신의 나쁜 행동을 고쳐 높은 벼슬에 올랐다.

요즘 우리가 쓰는 의기양양, 득의양양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 한 사회 지도층 인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다” “식자우환”이라고 으스댔다.

교만한 언행이다.

위인들이 존경을 받는 것은 아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교만을 멀리하고 겸손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식자가 존경을 받는다면 우리는 자기보다 똑똑한

스마트폰에 매일 아침 경배를 드려야 할 것이다.

 

교만은 재앙을 부른다.

전봇줄에 앉은 참새는 화살을 맞기 쉽다.

다른 이유가 없다.

화살을 맞은 것은 높은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는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그런 자리에서 잘난 척 우쭐거리면 질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 사상가 시몬 베유는

“중력이란 낮은 쪽에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중력이 미친다.

잠을 잘 때나 눈을 뜨고 있을 때나 우리를 아래로 끌어당긴다.

낮음을 거부하고 위로만 솟아오르려는 교만은 이런 자연법칙에 어긋난다.

끝내 중력의 끌어당김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 배연국의 행복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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