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는 눈물샘이 있다.
안구의 위쪽에 하나씩 존재한다.
샘의 깊이는 고작 2cm 정도이다.
신은 왜 인간에게 기쁨의 샘은 주지 않고 눈물샘만 주었을까.
우리말에도 ‘눈물바람’이라는 말은 있지만 ‘웃음 바람’은 없다.
나처럼 눈물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소녀가
동화 속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스웨덴 작가 안나 왈렌베르그가 쓴
‘눈물의 진주’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궁중의 시녀 에스테라가 정원에서 펑펑 울자
요정 할머니가 나타나 연유를 묻는다.
에스테라는 젊은 왕을 사모하고 있는데
왕이 다른 시녀들만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요정은 그녀에게 한 가지 제의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웃음소리를 줄 터이니 너의 눈물을 다오.”
에스테라는 고운 웃음소리를 가지면 왕과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요정의 제의를 그 자리에서 승낙한다.
요정은 에스테라의 눈물방울을
진주 목걸이로 만들어 그녀의 목에 걸어준다.
“자, 너의 눈물은 모두 내가 가져가마.
이제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웃게 될 거야.”
무도회에 나간 에스테라는 쾌활하고
예쁜 웃음소리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왕비가 된 그녀는 슬픈 일이 있어도 웃기만 한다.
자신이 낳은 왕자가 병에 걸렸을 때에도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로 웃었다.
왕은 참다못해 그녀를 궁궐에서 내쫓았다.
눈물은 절대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눈물은 고등동물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매미는 천년을 울어도 눈물이 없다.
인디언들은
“눈물 없는 자의 영혼에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라고 했다.
눈물은 보약 한 첩과 맞먹는 심적 치유 효과가 있다.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숨졌던 1997년 영국에서
우울증 환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다이애나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리학에선 이런 현상을 ‘다이애나 효과’라고 부른다.
울음은 명상의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슬픈 일을 떠올리며 억지로 울음을 시작하면 점차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나온다.
울음을 통해 삶의 아픔과 고통을 모두
배출하는 것이 ‘울음 명상’의 원리이다.
동화 속 에스테라는 결국 울음을 되찾는다.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가 끊어지면서 그녀는 다시 울 수 있게 되었고,
그 눈물방울이 병든 왕자를 살려낸다.
눈물은 웃음만큼이나 중요하다.
눈물을 통해 슬픔 한 바가지를 쏟아내고 나면
가슴 속에 살아갈 에너지가 채워진다.
그러니 울고 싶을 땐 제대로 울어라.
잘 우는 것도 능력이다.
- 배연국의 행복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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