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한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산 스크리트에서 온 것으로 우리말로 하자면
참고 견뎌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것이 우리의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삶의 묘미는 사라진다.
이 몸이라는 것은 물,불,공기,흙 네가지로 이루어졌다.
또 인간의 존재는 반야심경에 나오듯 오온<五蘊>
곧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가 합쳐서 만들어진 유기적 존재이다.
본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어떤 인연이 닿아
이런 현상을 갖추고 나온 것이다.
또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만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은 말하고 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병을 앓을 때 신음만 하지 말고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라는 말이다.
몸이 건강했을 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병을 앓을 때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 인간 관계는 어떠했는가.
나는 얼마나 충만하게 살아 왔는가.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병 자체가 죽을 병이 아니라면
그 병을 통해서 새로운 눈을 떠야 한다.
좋은 약으로 삼아야 한다.
사람의 몸은 허망한 유기체이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있지만
이 다음 순간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다.
본래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몸 가지고
늘 건강하기를 바라지 말라고 보왕삼매론은 일깨우고 있다.
이 말이 즉 건강했을 때,
내게 건강이 주어졌을 때 잘 살라는 뜻이다.
허송세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을 무가치한 곳에 쏟아 버리지 말라는 뜻이다.
-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류시화 엮음 <가난한 삶>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