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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돌 하나도 옮길 수 없다

광솔 88 2022. 5. 2. 05:59

 

 

걱정은 돌 하나도 옮길 수 없다

                                    ----정 호 승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질 뿐이다"라는 말처럼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질 뿐입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산봉우리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400여 년간 열네 번이나 벼락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를 이겨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나무가 쓰러진 까닭은

바로 딱정벌레 떼가

나무속을 파먹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모진 폭풍과 벼락을 견뎌온 그 거목이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죽일 수 있는

작은 벌레들에게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우리도 이 거목처럼

인생의 폭풍우와

눈사태와 벼락은 이겨내면서도

근심이라는 벌레에게

우리의 심장을 갉아 먹히고 있지 않은가요?

 

그만큼 걱정과 근심은

나를 파괴합니다

 

일본 왕실의 서자로 태어나

우리나라 원효 스님만큼

유명한 스님이 된 이큐 스님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일을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내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세월이 흐른 뒤

사찰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승려들은 마침내 이큐 스님의 편지를

열어볼 때가 왔다고 결정하고

편지를 열어보았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단 한 마디가 적혀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이큐 스님은 평소

"근심하지 마라

받아야 할 일은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이렇게 한 마디로 집약해 놓은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걱정하는 일 조차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걱정은 거리의 돌멩이 하나도 옮길 수 없습니다.

 

- 정호승 산문집<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