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돌 하나도 옮길 수 없다
걱정은 돌 하나도 옮길 수 없다
----정 호 승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질 뿐이다"라는 말처럼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질 뿐입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산봉우리에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400여 년간 열네 번이나 벼락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를 이겨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나무가 쓰러진 까닭은
바로 딱정벌레 떼가
나무속을 파먹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모진 폭풍과 벼락을 견뎌온 그 거목이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죽일 수 있는
작은 벌레들에게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우리도 이 거목처럼
인생의 폭풍우와
눈사태와 벼락은 이겨내면서도
근심이라는 벌레에게
우리의 심장을 갉아 먹히고 있지 않은가요?
그만큼 걱정과 근심은
나를 파괴합니다
일본 왕실의 서자로 태어나
우리나라 원효 스님만큼
유명한 스님이 된 이큐 스님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일을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내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세월이 흐른 뒤
사찰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승려들은 마침내 이큐 스님의 편지를
열어볼 때가 왔다고 결정하고
편지를 열어보았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단 한 마디가 적혀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이큐 스님은 평소
"근심하지 마라
받아야 할 일은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이렇게 한 마디로 집약해 놓은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 걱정하는 일 조차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걱정은 거리의 돌멩이 하나도 옮길 수 없습니다.
- 정호승 산문집<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