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와 자유인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행복 철학은 독특하다.
노예 출신이었던 그는 자유의 개념에서 행복을 도출한다.
노예는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해야 하므로
신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
신체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에도 속박이 존재한다.
비록 신체적으로는 자유로울지라도
그의 마음이 무엇에 속박되어 있다면
그를 자유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자기가 이룰 수 없는 욕망과 정념 등에 예속되어 있는 사람도
그것의 노예라는 게 에픽테토스의 주장이다.
이런 속박에서 벗어나 주인으로서 자유를 누릴 때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세상의 존재들을
나에게 달려 있는 것과 달려 있지 않은 것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생각, 판단, 욕망, 분노, 혐오처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한 것이다.
후자는 신체, 죽음, 재산, 운, 인기, 평판, 사회적 지위처럼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고통이나 괴로움이 생기는 원인도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여기면서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은 어떤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생각이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나를 화나게 하는 원인은 무례하거나
공격적인 사람들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나를 화나게 하고 있다는 나의 생각이다.”
내 것인 것만 내 것이고,
내 것 아닌 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누구도 나의 행복을 방해하지 못한다.
나에게 달려 있는 것만 추구해야 한다.
심지어 운도 내 것이 아니므로 거기에 매달려선 안 된다.
병이나 죽음, 운처럼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을 추구하면
불행한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범인(凡人)인 우리들이 스토아 철학자처럼 살 순 없겠지만
지혜는 빌릴 수 있을 것이다.
부부나 자녀 간의 관계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남편이나 아내, 자녀는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하려니
자연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뜻대로 하려 들지 말고,
나에게 달려 있는 생각이나 분노 등이
내 바깥에서 날뛰지 않게 단단히 고삐를 죄어야 한다.
그것이 대자유인의 삶이자 행복의 비결이다.
- 배연국의 행복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