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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물이다

광솔 88 2021. 1. 31. 06:03

 

오늘 내가 현존하기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헤아려보면

실로 경이로운 기적의 결과임을 실감하게 된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 그분들 중

어느 한 분이 다른 어느 한 분과 모년 모월 모시에 그 장소,

그 시각에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에 존재할 수 없으리라.

오늘의 내가 현존하기 위해 성립되지 않으면 안 되었을 수많은 썸씽들……,

우리들 각자의 존재는 곧 우주의 거대한 음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어찌 기적 같은 선물이 아닐 수 있으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리고 이런 기이한 인연들이 빚어낸

선물이 어찌 우리 인간들뿐이랴.

하찮은 민들레 풀씨 하나라도 그기에서 그렇게 날리게 된

연원을 따져 올라가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을,

그리하여 만나는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모든 목숨이

기적의 소산인 것을.

 

삶이 보이지 않는 신비의 ‘선물’ 임을 실감할 때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에 조금쯤은 신중해지고,

나 자신뿐만 아니라 만나는 모든 존재를

더 소중하게 여기에 된다.

 

‘선물’을 뜻하는 ‘기프트(gift)’ 우리가 지닌 ‘재능’을 뜻하기도 한다.

삶의 선물을 조심스레 풀어가는 일은 곧 우리 자신이 부여받은 ‘재능’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서 펼쳐 보이는 것이다.

 

예수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달란트의 비유’ 가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이 세 명의 종을 불러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각각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맡긴다.

주인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5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 돈으로 장사를 하여 5달란트를 더 번다.

2달란트 받은 사람도 그렇게 하여 2달란트를 더 벌지만.

1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땅을 파고 그 돈을 안전하게 묻어둔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주인은 결산을 하려고 종을 부른다.

주인은 5달란트와 2달란트를 받아 두 배로 불린 종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봐

1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종에게는 그 1달란트마저 빼앗아

10달란트를 가진 사람에게 주라고 한 뒤,

저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두운 곳으로 내쫓으라. 고 추상같이 명령한다.

 

여기서 화폐의 단위를 나타내는 ‘달란트’는 곧‘탤런트(talent)’로,

‘재능’을 뜻하는 ‘기프트’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은

사실 하늘로부터 선물 받은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임으로써

달란트를 버는 것이니,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은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을 푸는 일’이다.

 

나는 내가 받은 ‘선물’ 보따리를 땅속에 고이 묻어두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 출처> [있는 그대로 나 행복합니다] 유영일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