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수도사 길들이기

광솔 88 2021. 1. 29. 06:03

 

17세기 프랑스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말썽 많기로 소문난 수도원에 백발이 성성한 수도사가 들어왔다.

젊은 수도사들은 그에게 식당에 가서 접시를 닦으라고 지시했다.

처음 들어온 신참이 허드렛일을 하는 것은 당시의 전통이었다.

그는 여장을 풀고는 곧장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석 달이 되도록 계속 그릇을 닦았다.

젊은 수도사들은 식당에서 일하는 늙은 수도사를 무시하며 구박했다.

 

어느 날 감독관이 순시차 그 수도원에 들렀다.

"원장님은 어디 가셨소?"

수도사들이 대답했다.

"원장님은 아직 부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감독관이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로렌스 수도사를 석 달 전에 원장으로 임명해서 여기로 보냈는데." 

 

감독관의 말에 젊은 수도사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식당으로 달려가 로렌스 앞에 무릎 꿇었다.

원장으로 부임했으면서도 묵묵히 접시를 닦으며

궂은 일을 감당한 그의 겸손한 모습에 모두가 감동한 것이었다.

그가 바로 수많은 사람들을 영성의 세계로 인도한 로렌스 형제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헨리 나우엔 박사는 갑자기 교수직을 사임하고

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 들어갔다.

세계적 신학자인 그는 장애인들의 용변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는 등 구질구질한 일을 도맡았다.

사람들은 지위와 영예를 내려놓은 그의 행동을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예수 이름으로'에서 그 까닭을 이렇게 적었다.

 

"그동안 나는 올라가는 길만을 추구했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추앙받고 하버드 교수에까지 올라왔다.

20여권의 저서들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어느 날 정신박약아 아담군을 만난 뒤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수는 인간의 고통에 동참하는 내리막길에 존재한다.

오르막길에서는 예수가 보이지 않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복음서에 나타난 진정한 예수를 만날 수 있었다."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능력이 높아진다"고 외쳤다. 

가장 높은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라며 겸손을 강조했다.

아우구스티누스도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미덕이 무엇이냐"는 제자의 물음에 주저 없이 

"겸손"이라고 답했다.

다음의 미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도 똑같이 "겸손"이라고 말했다.

겸손 없이 자신을 높일 방도는 없다.

오로지 자신을 낮추는 사람만이 높아질 수 있다.

 

- 배연국의 행복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