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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란?
광솔 88
2022. 10. 23. 06:14
슬픔이란?
슬픔에게 무릎을 끓다 슬픔은 생활의 아버지
무릎을 끓고 두 손 모아 고개 조아려 지혜를 경청한다.
삶은 간단하지 않다.
어디 한 군데 온전한 것이 없는 날이 있다.
슬픔을 극복하기는 커녕 제 몸뚱이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슬픔은 떨칠 수 없는 그림자다.
목숨을 다해 벗어나려 애써보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그저 슬픔의 유효기간이 저마다 다를 뿐.
누군가에게 잠깐 머물러 있고
누군가에게는 꽤 오래 달라붙어 괴롭힌다.
시인의 말처럼
우린 종종 슬픔에 무릎을 끓는다.
그건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잠시 고개를 조아려 내 슬픔을,
내 감정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과정일 터다.
그러나 섣불리, 설고 어설프게
슬픔을 극복할 필요는 없다.
겨우 그것 때문에 슬퍼하느냐고,
고작 그런 일로 좌절하느냐고 누군가 흔들더라도,
너무 쉽게 슬픔의 길목에서 벗어나지 말자.
차라리 슬퍼할 수 있을 때
마음에 흡족하도록 고뇌하고 울고 떠들고 노여워하라.
슬픔이라는 흐릿한 거울은
기쁨이라는 투명한 유리보다 '나'를 솔직하게 비춰준다.
때론 그걸 용서해봄 적하다.
나를 아는 건' 가치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랑이란 것도
나를, 내 감정을 섬세하게 느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재무의 언어의 온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