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같은 사람이 되자
양파 같은 사람이 되자.
세상에 양파만큼 누명을 쓰고 있는 식물이 없다.
끝없이 쏟아지는 사회 지도층의 비리를 힐난할 때
어김없이 양파가 등장한다.
골프 애호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도 양파다.
기준 타수의 두 배를 쳐서 골프를 망친 경우
(물론 식물의 양파는 아니지만) '양파를 쳤다'고 한다.
괜히 욕을 먹는 양파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다.
양파의 품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매우 다르다.
까도 까도 끝이 없다는 식으로 양파를 매도하지만
양파는 아무리 껍질을 벗겨도 색깔이 똑같다.
변함없이 하얀색만 나온다.
표리부동하기 쉬운 인간이 감히 범접할 경지가 아니다.
사실 양파만큼 다양하게 쓰이는 식재료가 없다.
찌게, 볶음, 국, 샐러드 등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재료다.
유익한 성분이 많아 고대 이집트에선
원기를 북돋아 주는 음식 대접을 받았다.
양파의 퀘르세 성분은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주고,
크롬 성분은 인슐린 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의 알리신은 암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양파는 인간의 수면에도 기여한다.
잠을 잘 때 머리맡에 두면 신경이 안정되어
잠을 좀 더 편히 잘 수 있다고 한다.
모교의 선배님에게 이런 양파 예찬론을 폈더니
모임의 이름을 '양파'로 정하자고 했다.
우선 겉과 속이 똑같은 양파의 순수함이 좋다는 것이다.
하나 더!
요즘 사람들이 좌파와 우파로 찢어져 싸우지만
그들의 행태를 보면 둘 다 오십 보 백 보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존재는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무리가 아니라 (義)를 따르는 양심의 양파이다.
양파 예찬을 늘어놓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습도가 높고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밀실에 오래 두면
썩어 악취를 풍기기 쉽다는 점이다.
우리의 양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마음을 자주 살피고 환기하지 않으면 썩기 쉽다.
권력의 밀실에서 역한 냄새만 풍기는
'썩은 양파'들이 딱 그짝이다.
- 배연국의 행복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