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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범죄

광솔 88 2021. 2. 17. 06:05

 

최악의 범죄

 

기독교에서 교만은 궁극적인 악으로 경계한다.

인간이 저지르는 일곱 가지 대죄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는다.

그것은 교만을 신에게 맞서려는 불손한 마음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지혜와 힘을 갖춘 대천사 루시퍼는

신의 옥좌에 앉으려는 교만을 부리다 결국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인류의 조상이 낙원에서 추방된 것도

신과 같은 권능을 가지려는 교만한 마음이 원인이었다.

 

 

성서 창세기를 보면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낙원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지만

'선악의 나무' 열매만은 먹으면 죽게 되니 만지지도 말라고 명한다.

 

어느 날 뱀이 이브에게 다가가 이렇게 유혹한다.

"신께서 선악나무의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그걸 먹으면 죽는 것이 아니라 눈이 밝아져 신처럼 되기 때문입니다."

 

뱀의 꼬드김에 넘어간 이브는 그 열매를 따먹은 뒤 아담에게도 건넨다.

원죄의 시작이다.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교만에서 발생한 아담의 원죄가 온 인류에게 유전되어 선과 축복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성서 '잠언'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으로 규정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죄악을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범한다.

위정자들은 국민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제 멋대로 권력을 휘두른다.

교만이다.

 

온라인에서도 말이나 댓글로 남의 인격을 짓밟는 이들이 숱하다.

그 역시 교만이다.

다른 인격체를 폄하할 권한은 어느 누구에게도 부여되지 않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재단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악으로 몰고 손가락질한다.

그 또한 교만이다.

타인의 내면을 침범하거나 재단할 능력은 인간에게 없다.

오직 신만이 그런 권능을 갖고 있지만 신도 사용을 주저한다.

인간이 죽게 되면 그제서야 딱 한 번 사용할 뿐이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존재가 완전한 존재인 신에게로 나아가는 길은

교만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는 겸손이다.

실수와 잘못에 빠질 수 있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깨닫고

겸허한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할 때

타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내려놓을 수 있다.

상대를 진정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 배연국의 행복편지 -